태그 : 고통

잠들지 못하는 까닭

그저 덤덤하게 잊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시를 갖 넘긴 때...

약간의 술기운에 막 잠이 들려는 데 전화가 왔다. 모임을 갖기로 했다나? 굳이 그 밤에 하지 않아도 될 전화...
그리고 또 가까스로 잠에 빠져 들었던 순간 또 전화가 울렸다. 차를 다시 주차해달라는 전화. 1년 동안 주차기에 집어넣지 않았던 날은 딱 하루였다. 굳이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다시 주차를 해달라고 전화를 해야 했을까? 그저 과민한 것이려니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술기운은 그대로인데...

마음의 병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공통의 증세를 갖고 있다. 쉽게 잠에 들고 개운하게 일찍 일어나는 건 축북이다. 번민하지 않아도 될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있거나, 잠자리에 들면 그 어떤 고민거리도 털어낼 수 있을만큼 낙천적이거나 강한 정신력을 가졌기 때문이니까...

삶의 어떤 순간을 카메라로 찍어내듯 담아둘 수 있는 능력을 원했던 적은 없었다. 아주 세밀한 것까지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기억력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정작 내게는 그 정밀한 기억력은 저주에 가까왔다. 잊고 싶은 순간, 아픈 기억도 언제나 생생하게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게 힘겨웠다. 머리를 돌로 짖이겨버리고 싶을 만큼, 떨쳐지지 않는 과거의 망령들은 자꾸만 늘어났다. 쿤테라는이 가혹한 형벌을 '영원한 재귀'라고 하면서 물음을 던졌다. 가벼운 것? 무거운 것? 그 어떤 것을 긍정해야 하느냐고...

Sleep no more! / Macbeth does murder sleep', the innocent sleep,

<맥베스>는 채 다섯살이 되기도 전에 이야기로 만나 지금까지도 삶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음산한 목소리를 속삭이고 있다. 맥베스 부인의 몽유병 장면은 욕망의 화신이 어떻게 처절한 내면의 붕괴를 경험하게 되는지를 우아하고도 잔인하게 보여준다. '온 대양의 바닷물을 가지고도 씻어낼 수 없는' 살인의 핏자국을 떨쳐내려는 가엾은 Lady Macbeth... 그녀의 고통은 잠들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의 영혼을 좀 먹는 '죄의식'의 댓가는 그토록 심원의 밑바닥에까지 허물어져가는 공허함(nothing)으로 치닫고 있다.그 공허를 울리는 두터운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 맥베스 또한 잠들지 못하는 고통 속에 수 많은 환영(illusion)에 사로잡힌다.

She should have died hereafter;
There would have been a time for such a word.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나에겐 어떤 욕망이 부추겼단 말인가?
이 불면의 고통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그저 물음 뿐이다. 어떤날들이 오면, 무의식 아래 숨죽여 있던 어떤 아우성이 저절로 깨어나 비명을 질러댄다. 결코 되돌아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 고통에 영원히 잠겨있을 생각도 아니다. 잊고, 흘려보내고, 치유하고... 그리고 계속되는 삶을 행복하게 가꾸고 싶은 소망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까닭을 알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고 있다.
아주 잠깐 동안 잠들고, 긴 악몽에 뒤척이다 깨어난다.
아직도 밤은 깊다.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by 혼자밥먹는남자 | 2009/02/17 06:57 | 밤에 쓰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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