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비전, 혹은 쌉쌀한 희극

나는 이 남자의 이야기를 어떤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언제나 진지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만, 그의 과도한 진지함은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의 아픔은 그에게 다가갈수록 견디기 힘들고, 한 발짝씩 물러갈수록 그의 모습은 우스워진다. 누가 그리 하라고 하였던가? 아무도 그에게 그리 하라 하지 않았건만, 그는 주변에서 다가오는 온갖 신호들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하려 한다. 그의 노력이 애처로울수록 그는 힘들어하지만, 약간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그는 어수룩하고 이용해먹기 딱 좋은 '헛똑똑이'이다. 그가 부여하는 과도한 의미부여는 피해망상에 가깝고, 그가 지키려 하는 불굴의 신념은 허황된 공상에 가깝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이 남자를 희극의 무대 위에 올려놓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상상력과 기지로 넘치는 이 남자의 세계는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의 비통한 신음이 재미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그의 처지가 안쓰럽다. 그렇다고 그와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의 과도한 진지함이 늘 부담스럽다. 하지만 웃음을 잃어버린 그의 삶은 위태롭다.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그의 행동은 진지하고, 성실하고, 엄격하지만 … '안전한 거리'를 덕목으로 삼고 있는 이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는 과대망상증 환자이다. 그 만큼 만만한 비웃음거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문제는 그 비웃음에 동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의 섬세하고 결 고운 마음이 마모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도무지 이 시대의 "썩소"라는 것에 동참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 인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그 속에 뛰어드는 순간, 그와 마찬가지로 이 야기기는 읽는 사람과 단절되어버린 '과대망상증 환자의 일기'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하는 자로서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때때로 고민이 된다. 그 고민 속에서 세 번째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by 혼자밥먹는남자 | 2008/12/13 14:02 | 형식을 찾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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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혼자밥먹는남자 at 2008/12/13 23:49
혼자 밥먹는 이야기의 두번째 이야기를 닫아버렸다. 첫 이야기를 쓸 때의 구상과 너무나 많이 벗어나버렸다. 어떤 구성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버릇처럼 이야기의 가지들을 펼쳐버리고 말았다.

다시 한번 4인용 테일블에 혼자 앉아 신문을 뒤적이며 밥을 먹는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그의 모습을 어떻게 잡아내야 할지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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