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괜찮다, … 아니, 괜찮다

겨울비가 곱게 내렸다. 처연하지도 않고 싸늘하지도 않게, 가을날 늦장마처럼 비가 내렸다. 아침에 내린 비는 뜻밖의 포근함을 선사하고는 밤비로 운을 맞추었다. 가로등 아래서 빗방울은 덤덤하게, 아름답게내렸다.


한 동안 지하철 입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하늘 틈새로 간간히 가로등불빛이 취한 듯 흘러 다닐 뿐아스팔트 위로 방울방울 무늬를 만들며 겨울비는 도시의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슬픔은 그렇게 단단한 아스팔트 위에 부서져 흔적 없이 사라졌다.


단념해야 할 기다림을 품고 견디는 일은 쉽지 않다. 왜 그래야 하는지 나의 감정이사납게 묻는다. 몇 잔의 와인과 마지막에 털어 넣은 소주 기운이 내게 물음을 던진다. 단념해야 하는 걸까? 단념하지 않고 보채지도 않으며 스스로에게 충실하며 배려할 수 있는 성숙함이 이제는 필요하다는 걸 안다. 내 안의 다 자리지 못한 소년이 손짓한다. 따스하고 영원할 것 같은 안식처를 갈구하는 어린 영혼이 내 안에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그 소년의 슬픔이 안쓰럽다. 하면서도 단단히 마음의 문을 걸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지운다. 모질게 다짐하지 않으면 나는 분명히 실수를할 것이기에또 하나의 작은 끈이 툭 하고 끊어져 나간다. 내 스스로 그녀에게 닿는 가느다란 줄 하나를 끊어버렸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럴 수 밖에



고독은 본질적이다. 스스로 바로 선다고 하여 고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 안의 그 소년을 성장시켜야 한다. 두려움을 의연하게 이기고,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버릇을 이젠 버려야 한다. 때가 되어 자기가 강해진다면, 그 때 한 발 다가가 나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분간 여행자의 자세로 살아가려 한다. 스스로 등 두드려 주며괜찮다. 괜찮다. … 아니, … 괜찮다.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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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자밥먹는남자 | 2008/12/09 00:26 | 밤에 쓰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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