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프로스트를 먹는 아침

닷새를 연거푸 술을 마시고, 콘프로스트에 두유를 부어 아침을 먹는다. 

간이 식탁의 맞은편엔 아무도 없는 빈 자리가 있다. 이것을 자유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독 속에서 자유로움의 향기가 뭍어나온다면, 그 자유로움의 바닥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의 쓸쓸함도 생각해주어야 한다. 방안을 채우는 따듯한 밥 익는 내음을 생각하다 숟가락을 놓쳐버린다. 

삶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들을 해내야 한다.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입어야 한다. 
그것들을 위한 전제들이 '일'이라는 것을 부른다. 곳곳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소식이 들려온다. 그들의 처지에 비한다면야, 이 삶은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그 명제를 마음가짐에 담아본 적이 몇 번이나 되던가? 가진 것 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눈을 빼앗기며 살아가기 마련이라고 하지 않던가? 

감정을 다치는 일이 이제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웅크릴 곳도, 도망칠 곳도, 견뎌낼 힘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마음을 두지 않으면 다칠 일이 없다고 한다. 마음을 둘 곳이 없으면 허허로움이 눈처럼 쌓여 질식할 것 같다고 여긴다. 마음을 다치더라도 사람에게 다가가는 쪽을 택할 것인지, 마음의 빗장을 걸어잠그고 고독의 냉기를 참아내는 쪽을 택할 것인지... 묻는다. 자꾸만 마음을 다치게 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씹는 맛도 없고 훌훌 마셔버리듯 삼켜지는 콘프로스트 같은 관계를 생각해본다. 필요하다는 영양소는 모두 있고, 간편하고 관리하기도 쉽다. 먹는 즐거움에 따르는 원초적 기쁨이 부족할 뿐이다. 관계를 정의하지 않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그런 관계도 가능할까? 아무런 감정적 애착이나 기쁨없이 메마른 섹스가 가능할까? 배설을 하듯, 관계의 필요성이라는 것만 남겨두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거래하는 그런 관계가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소통과 교감이 빠진 관계에서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콘프로스트만을 먹고 산다면 과연 몇 일이나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 

by 혼자밥먹는남자 | 2009/01/08 08:44 | 혼자 밥 먹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남산, 겨울, 그 때 그 길

그 때는 봄이었던가? 
화사하게 꽃이 피었던 길을 걸으며, 따스한 햇살을 쪼이며, 살아있다는 것을 감사했던 것 같다. 


지금 그곳은 겨울이다. 
해가 지고 있고, 마지막 소멸을 남기며 애잔한 석양을 비춰주고 있다.

함께 걷던 저 길이, 저 모퉁이를 돌아 어떻게 펼쳐질지 두렵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건가? ... 아니면 저 길이 어디론가 이어져 사잇길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 
함께 걷지 못한다는 게, 이제는 혼자 걸어가야 한다는 게 ... 겨울날의 이 산책로처럼 쓸쓸하다. 

아마도 이 의자였던 것 같다. 나란히 앉아 생명으로 움트는 산의 풍경을 나누어보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행복이라 여겼던 것 같다. 

이제는 빈 의자를 찍는 날이 많아졌다. 
마주 앉은 빈 자리, 저 건너 눈을 잡아끄는 빈 자리,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옆의 자리... 그런 것들... 

기억되기를
기다림을 놓지 않기를
말없이 지켜보기를

소망한다. 

by 혼자밥먹는남자 | 2009/01/07 08:37 | 말하지 못한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다행이다 - 이적

노래를 부르다가....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린다. 엉엉 울며 벽을 붙잡고 마음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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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수가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댈 아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걸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수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줄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댈 아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걸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수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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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노래를 불러주지 못했다.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마음을 담아... 

by 혼자밥먹는남자 | 2009/01/07 00:24 | 밤에 쓰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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